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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잊고 싶지 않은 기적의 이야기

by 세남매1000 2023. 1. 17.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뒤를 이을 포스트 미야자키로 불리는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하였고 한국에서만 관객수가 371만 명이 넘었고 일본에서는 1800만 명 이상이 동원되었습니다. 엄청나게 섬세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당신의 편견을 완전히 정리해 버릴 영화입니다.

 

 

1. 너의 이름은 요약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던 날 이 영화는 그날의 그들에게서 시작합니다. 산골 마을에 살고있는 소녀 미츠하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가 어느 날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제의 내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는 것입니다. 미츠하는 마을 무녀 가문의 장손녀입니다. 마을의 풍습을 지키기 위해서 그녀는 실을 잣고 풍양제를 지내고 제사용 술을 만듭니다. 하지만 전통은 전통이고 몸과 마음은 평범한 사춘기 소녀에 불과한 미츠하는 산골 마을에서 마을을 대표하는 무녀로 살아가는 일이 별로 탐탁지 않습니다. 그녀의 소원은 다시 태어나면 도쿄의 꽃미남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녀의 소원이 이루어진 건지 자고 일어나 보니 정말로 도시에서 살고 있는 훈남이 되어있었습니다. 소년의 몸을 하게 된 미츠하는 당연히 이게 꿈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소년 타키는 꿈속에서 산골마을 소녀인 미츠하가 됩니다. 미츠하는 꿈속에서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남자 고등학생 타키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깨고 나면 곧바로 희미해져 버리는 기억 때문에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두 명의 동갑내기 고등학생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서로의 몸이 바뀌게 되지만 몸이 바뀌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 규칙을 정합니다. 바뀌었을 때 일어난 일을 휴대폰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미츠하의 몸을 하고 있는 타키는 할머니를 따라 가문의 신지를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미츠하가 만든 미인주를 봉헌하고 그녀의 동생이 혜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타키에게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그 순간 타키와 미츠하는 다시 몸이 바뀝니다. 타키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선배와 데이트를 하는데 이런 미녀와 데이트를 하면서도 타키는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머릿속에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타키가 좋아하는 그 아이는 친구들과 마을 축제에 참가합니다. 마침 마을의 축제날과 1200년 만에 돌아온다는 혜성의 관측일이 겹쳐서 축제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날 미츠하는 하늘을 수놓는 혜성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이날부터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일은 없어지게 됩니다. 더 이상 서로의 몸이 바뀌지도 않자 타키는 불안해지게 됩니다. 아직 좋아한다는 말을 못 했기 때문입니다. 타키에게 남아있는 기억은 오직 마을의 풍경밖에 없어서 그림 몇 장 가지고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지만 묻고 물어 타키는 미츠하가 살고 있는 마을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3년 전 유성이 떨어지면서 이미 없어진 마을이었습니다. 사실은 두 사람이 3년의 기간을 두고 각자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미츠하의 마을에 유성이 떨어져서 미츠하까지 포함한 마을 사람들 500명이 사망하기 한 달 전의 시간대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타키의 시간대가 겹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 두 사람은 만날 방법이 없습니다. 미츠하는 이미 3년 전에 죽었기 때문입니다. 타키는 미츠하일 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할머니와 함께 갔던 가문의 위패를 찾아갑니다. 미츠하가 만든 미인주를 마시는 순간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이 되자 미츠하와 타키는 마침내 같은 시간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반가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당장 유성이 떨어지게 될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두 번 다시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바닥에 이름을 적어 넣습니다. 타키가 적고 미츠하가 적으려던 순간 황혼의 시간은 끝나버렸습니다. 이제 미츠하만 남았습니다. 그녀는 이제 곧 유성이 떨어져서 박살이 나게 될 마을에서 자기 자신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그런데 아까 만났던 소년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고 이름을 확인하려고 손바닥을 펼치자 이름 대신 "좋아해"라는 글씨가 적혀있습니다. 잠시 후 혜성에서 갈라져 나온 유성이 미츠하의 마을을 덮칩니다. 그리고 타키는 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3년 뒤의 시간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타키가 깨어난 3년 후의 시간대에서 미츠하의 구조 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유성이 떨어진 피해 범위에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미츠하와 타키의 만남은 어쩌면 수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고 세월이 흘러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어엿한 어른이 된 두 사람은 도시의 인파 속에서 엇갈리며 서로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도쿄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치게 되고 서로의 이름을 물으며 그들에게 허락된 인연은 다시 이어집니다. 

2.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은 실사 이상으로 정교하게 빛과 그림자를 묘사함으로써 2D에서도 공간감이 느껴집니다. 빛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먼지를 많이 표현하는데 이 영화도 인물 주변을 부유하는 먼지를 통해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표현하였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색채보다는 빛에 따른 인상을 전달한 모네처럼 적절한 빛의 활용과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으로 특히 빛에 따라 변화하는 시골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메이션계의 렘브란트다라는 말이 있는데 렘브란트는 인위적인 조명으로 <너의 이름은>은 그림자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조명을 차용하였고 그림자를 부드럽게 묘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2D 애니메이션에 명암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입체감을 부여하였습니다. 

3. 이중적 의미가 담긴 혜성의 의미

도쿄에서는 혜성이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유성이 떨어진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던 끔찍한 재난이었습니다. 이 영화속에서 아나운서가 혜성을 보며 수려한 장관을 생전에 보는 것이 행운이라고 표현했고 반면에 한 마을을 몰살시킬 수도 있는 재앙을 그저 지켜만 보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장면으로 남겨놓았습니다.

4. <너의 이름은>을 보며 스치는 생각들

2017년 <너의 이름은>이 처음 나왔을때 많은 일본 사람들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사람들도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 부두로 가서 세월호 배를 타지 말라고 하고 싶거나 삼풍백화점에 가서 사람들에게 미친척하고 모두 빠져나오라고 외치거나 또 누군가는 그 아침에 성수대교 앞에 가서 팔을 벌려 사람들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고 싶어 합니다. 이 영화에서 유성이 떨어져 참사가 일어난 모습은 지나간 비극의 현장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다면 하고 그 순간들이 떠올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너의 이름을>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전율은 우리가 겪어 온 아픈 경험 때문입니다. 감독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전의 영화와는 다르게 끝내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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