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통과 거짓말과 해피뻐스데이를 연출한 이승원 감독의 작품으로 외모도 성격도 다른 세 자매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묻고 살아야만 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서로 감싸 안고 보듬는 이야기입니다. 일찍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역대급 캐스팅과 신선한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1. 세 자매의 이야기
여느 날과 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세 자매가 나오고 뒤늦게 일어난 셋째 미옥은 남편이 끓여놓은 해장국과 메모를 쳐다봅니다. 한편에선 조심스럽게 병원을 찾은 희숙의 모습이 비치고 신실한 집사인 둘째 미연은 교회 성가대도 책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 교수인 자상한 남편까지 그렇게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미연에겐 완벽한 가정까지 무엇하나 어긋난 게 없습니다. 하지만 시시때때로 걸려오는 미옥의 전화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미연은 이런 동생을 다 받아줍니다. 극작가인 미옥은 매일같이 술에 빠져 지내는데 그녀와 재혼한 남편에게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 상준은 철없는 미옥을 이해하고 돌봐주는 자상한 남편입니다. 전날 암 진단을 받은 희숙은 하나밖에 없는 철없는 딸에게 말도 못 하고 그저 속으로 삭일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미연의 삶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날 저녁 교회 모임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남편 동욱은 뒤늦게 도착했지만 혼자가 아닌 효정과 함께 왔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깨달은 미연은 잠시 후 효정과 남편 사이를 의심합니다. 남편은 밤중에 몰래 침실을 빠져나가는가 하면 그녀의 질문에 얼버무리기까지 하고 확실히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갑자기 미옥이 교회에 나타나고 미연은 그런 천방지축 미옥이 찾아오자 교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급히 자리를 피합니다. 아버지의 생신을 앞두고 통 연락조차 없던 큰언니 희숙을 원망하지만 늘 주눅이 들어있는 희숙은 그들에게 연락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간 남편은 가끔 찾아와 돈만 받아가고 어릴 적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자해를 하던 희숙은 그 모습을 딸에게 들켜 난감한 상황에 쳐하기도 합니다. 한편 누구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미연은 직접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도 애써 모른 척합니다. 그리곤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효정에게 경고합니다. 며칠 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하는 아내에게 질려버린 남편은 오히려 화를 내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 않고 결코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녀의 이중적인 삶은 자신을 버티기 위한 유일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또 형편이 팍팍한 형제 대신 집안일을 챙기는 것도 고스란히 미연의 몫이었습니다. 정작 동생에겐 고민도 털어놓지 못하던 희숙은 자신에게 화가 나 집을 나가려던 딸을 붙잡고 그제야 말을 꺼냅니다. 그리곤 문제투성이 딸일지라고 매달려봅니다. 한편 그동안 집안일에 무심했던 미옥은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대화는커녕 아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학교 면담조차 친엄마에게만 알리고 있던 아들의 휴대폰을 보자 미안함과 동시에 짜증도 밀려옵니다. 그렇게 미옥은 학교 선생님과의 면담에 불쑥 찾아가지만 잔뜩 술에 취한 채 분탕만 치고 돌아온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 납니다. 미옥은 가족을 위해 변해보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드디어 고향으로 내려가는 날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모처럼 찾은 고향집은 저절로 자매들의 나쁜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는 유난히도 혼외자인 큰 언니 희숙과 막내아들인 진섭에게 더욱 가혹했습니다. 이러한 아픔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던 미연은 언니와 막내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런데 그때 집에서 통 나오지 않던 막내 진섭이 천천히 아버지에게 다가갑니다. 그 순간 각자의 침묵으로 지탱해 온 가족의 화목은 와르르 무너집니다. 미연은 어떻게든 상황부터 수습하려 들고 미옥은 그런 언니의 냉정한 모습에 화가 납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목사에게만 양해를 구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미연은 드디어 참아왔던 말을 꺼냅니다. 그러자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희숙의 딸이 나서고 그렇게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아픔을 공유한 가족들은 한참이나 뒤엉켜 울부짖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아버지는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괴로워합니다.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자 힘든 삶을 살아왔던 그들은 다시 돌아와 서로를 보듬어줍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세 자매였습니다.
2. 영화 세 자매의 시작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문소리 배우가 배우 부문을 심사하기 위해 배우들을 보고 있었는데 그때 영화 소통과 거짓말로 감독 이승원과 배우 김선영 부부가 참석했습니다. 영화 소통과 거짓말에서 영화 초반 약 8분 정도 지속되는 김선영배우의 원 씬 원 컷 연기는 문소리 배우를 단숨에 사로잡았고 김선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영화제 주최 측에 꼭 주연에게만 상을 줘야만 하는 것이냐 조연에게도 상을 주면 안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김선영 배우의 연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파티에서 문소리 배우는 이승원 감독을 만났고 인사치레로 다음에 작품 한번 같이 하자고 말했는데 얼마 후 빛의 속도로 영화 세 자매의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합니다. 문소리 배우는 같이 시나리오도 고치고 캐스팅도 의논하고 투자사도 같이 찾아보다가 공동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투자를 받지 못해 예상보다 준비기간이 길어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3. 상처를 공유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
이 영화는 주인공이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자매인데 그중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이 둘째 미연입니다. 그녀는 완벽에 대한 강박증과 늘 방어벽이 있어 알 수 없는 속내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트라우마를 알고 나면 납득이 가능합니다. 어린 시절 언니와 남동생에게 가해지는 가정 폭력을 보며 스스로 죄책감과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미연은 행동으로 끊임없이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고 책임을 자처하는 모든 언니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맏이들의 고충을 가득 담은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모든 게 미안한 맏언니 희숙은 미연과 가장 대비되는 성격입니다. 희숙은 식구들 중에 한 명쯤 보게 되는 늘 주눅 들어있고 소심한 모습이 안쓰러운 캐릭터로 모든 고통을 속으로 감내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혼외자로 얹혀살며 학대까지 당한 희숙은 가족 안에서 주목받기 싫은 회피 본능으로 자신을 숨기기 위해 습관처럼 가짜 웃음을 짓는 게 인상적입니다. 또 미연을 엄마처럼 따르는 철부지 셋째 미옥은 미연에게는 돌봐야 할 대상이고 미옥 또한 자연스럽게 미연의 보살핌을 받아들입니다. 처음에는 상처를 가둬둔 채 괜찮은 척 살아가는 세 자매이지만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충격적인 가정 폭력의 내막이 드러나고 같은 일을 겪은 세 자매가 서로 다르게 변해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상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4. 세 자매의 삶이 전해주는 메시지
이승원 감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인에게는 쉽게 사과를 하지만 오히려 가까운 가족끼리는 유난히 사과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통해서 가족끼리도 진심으로 사과를 건네고 서로 상처를 위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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