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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쉘터 불안에 장식된 현대인의 조상

by 세남매1000 2023. 2. 8.

샷건 스토리즈와 머드를 연출한 제프 니콜스 감독의 작품으로 폭풍으로 삶이 파괴될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공포를 그린 작품입니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내면의 갈등을 겪는 주인공 커티스가 생계를 제쳐두고 집 앞마당에 방공호를 지으며 겪는 갈등을 그린 영화로 새턴 어워즈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였고 주연을 맡은 배우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은 각종 비평가협회가 선정한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휩쓰는 등 언론과 평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1. 영화 줄거리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시골마을에 한 남자가 멀뚱히 서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먹구름이 밀려오며 희한하게도 기름 같은 비가 내립니다. 그렇게 악몽에서 깨어난 커티스에겐 청각 장애를 가진 어린 딸 해나와 언제나 다정한 아내 사만다가 곁에 있습니다. 여느 날처럼 평범한 일과가 시작되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건설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듀워트와 맥주 한잔으로 하루의 고단함도 달랩니다. 그런데 그런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커티스는 부쩍 악몽을 자주 꾸게 됩니다. 아끼던 반려견에게 물리는 꿈을 꾸는가 하면 낯선 자들이 해나를 납치하는 꿈까지 꾸는데 꿈에서 깨어나고도 생생한 고통은 가시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악몽에 불안감을 느낀 커티스는 그런 상황이 애초에 일어날 수 없게 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곤 마당 한편에 자리한 낡은 대피소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대형 사고 소식을 접한 그날밤에도 커티스는 어김없이 악몽을 꾸게 되고 얼마간 그러한 악몽에 시달리다 보니 이젠 침대까지 적시고 아내에겐 차마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마치 거대한 폭풍이 밀려올 것 같은 불길함에 커티스의 평온했던 일상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악몽에 대한 불길함을 지우지 못한 그는 결국 다가올 폭풍에 대비를 하기로 합니다. 사만다는 갑자기 대피소를 짓겠다며 통 안 하던 행동을 하는 남편이 수상할 뿐입니다. 연이은 악몽과 폭풍에 대비할 준비를 하느라 얼마간 잠 못이루던 커티스는 결국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정제를 먹고 커티스는 오랜만에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만 듀워트의 반응을 살피던 그는 오직 자신에게만 들리는 소리란 걸 깨닫고 곧바로 구토까지 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런 이상한 일들이 반복될수록 대피소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이 밀려오고 대피소를 지을 자금 걱정이 우선이었던 그는 소개받은 의사와의 상담을 취소하고 컨테이너 구입을 위해 집을 담보고 무리한 대출을 신청합니다. 대신 심리 상담가를 찾아가 어떻게든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한편 그를 괴롭히는 환각 증상은 계속되고 대피소를 짓는 일에 매진하기 시작한 커티스는 듀워트의 도움을 받아 회사의 장비까지 무단으로 사용합니다. 사만다는 많은 지출을 하면서까지 대피소를 지으려는 컨티스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결국 커티스는 아내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악몽을 예견처럼 굳게 믿는 커티스는 하루아침에 절친한 동료마저 중요한 작업에서 밀쳐냅니다. 그렇게 불안 요소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던 어느 날 커티스는 자신에게 화가 난 듀워트의 밀고로 직장에서 해고되고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당장 필요한 생활비는커녕 앞으로 나가야 할 어마어마한 대출금까지 커티스 가족의 앞날은 점점 캄캄해집니다. 한편 커티스의 대피소 구축 작업은 계속되고 사만다는 그런 그를 말없이 지켜봅니다. 사만다는 그가 예전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길 바라며 모임에도 함께 참석하길 바라는데 결국 듀워트와 치고받던 그가 폭발하며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사만다는 그런 자신의 남편을 말없이 안아주고 얼마 후 여지없이 악몽에 시달리던 커티스에게 이번엔 진짜 폭풍이 들이닥칩니다. 요란하게 울려대는 태풍경보에 커티스는 가족들과 함께 드디어 대피소로 피합니다. 무사히 대피해 안정을 취한 그들은 잠시나마 눈을 붙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밖이 잠잠해지자 사만다는 커티스를 깨우지만 아직 불안을 떨치지 못한 커티스는 문을 열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제야 용기를 낸 커티스가 겨우겨우 문을 열어보는데 유난히 맑은 하늘이 그를 맞이합니다. 그렇게 커티스를 불안감에 떨게 했던 폭풍은 한바탕 지나갔지만 마치 가족의 앞날을 예견하듯 거대한 폭풍은 사만다와 해나에게도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불안이 잠식해버린 평범한 가족의 일상과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이 꾸는 악몽 영화 테이크 쉘터였습니다.

 

2. 탁월한 연출의 제프 니콜스 감독

연출을 맡은 제프 니콜스 감독은 2007년에 샷건 스토리즈를 첫 작품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고 그 뒤에 머드와 러빙이라는 작품으로 세번이나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감독입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바깥에서 은둔자처럼 활동하면서 작품수는 많지는 않지만 작가주의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입니다. 2008년 여름에 테이크 쉘터를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그때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불안함을 느끼는 모습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공포와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떠올렸던 이미지가 뒷마당에서 한 남자가 폭풍우 대피소를 계속 지켜보는 모습이었고 영화 속 커티스의 모습에 집필 당시 실제 감독이 겪었던 심정과 불안감을 투영했다고 합니다. 

 

3. 당시 미국 사회가 공감했을 커티스의 현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로 많은 이들이 직장은 물론 보금자리까지 상실하면서 미국 사회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고 빈부격차도 굉장히 심해졌고 또 어떤 안전 보장도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대규모 경제 위기 앞에서 미흡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영화 속에서 개인의 직장 의료보험 없이는 딸의 보청기 시술조차 불가한 상황이 나오는데 이는 미국 사회 시스템의 불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불안과 압박도 엿보이는 영화입니다. 

 

4. 커티스가 앓는 조현병의 정체

2011년도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준다고 판단되어 조현병으로 명칭이 개정되었는데 조현병이란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의 현처럼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이는 병증입니다. 정신분열증은 병적 상태를 단정 짓는 듯한 느낌이 있는 반면 조현병은 조율이 안되어 있으면 조율을 하면 소리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현재는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개선 가능성이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은 환각과 망상인데 망상은 흔히 말하는 잘못된 믿음으로 대표적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는 피해망상과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과대망상이 있고 타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색정망상과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허무에 빠지는 허무망상이 있습니다. 또 다른 증상인 환각은 실제로는 없는 소리가 들리는 환청과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보이는 환시 그리고 실제론 없는 가짜 자극을 느끼는 환각이 있습니다. 

 

5. 커티스가 조현병에 걸린 이유

조현병은 정신과의 그 어떤 질환보다 뇌의 질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를 연구했을 때  실제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다른 한 명도 조현병에 걸릴 확률은 40에서 60퍼센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뇌의 질환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과 환경적 요인도 영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커티스의 발병 원인은 유년 시절부터 어머니의 조현병으로 받아온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작용을 했고 그의 타고난 기질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으로 인해서 발병되었을 것입니다. 어린 나이에 조현병에 걸린 어머니와 분리됐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은 커티스가 어머니와 같은 조현병 증세를 겪으면서 자신의 가족도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가족을 지키려는 방어 심리가 방공호에 대한 집착으로 발현되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공호를 구축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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